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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이 들어간 'zone' 캐나디언 오픈 우승!
오동근 프로 / 작성일 2014-08-26 08:15 / 조회수 7,458

유소연은 캐나디언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몸 깊숙이 숨어있는 '슈퍼 능력'을 끌어낸 것처럼 보였다. [골프파일]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20m 정도의 먼 거리 퍼트를 홀에 척척 붙이고 때론 넣기도 했다. 9언더파, 6언더파를 기록한 1, 2라운드에서 유소연과 함께 경기한 안나 노르드크피스트(27·스웨덴)는 그의 퍼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소연이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헌트 앤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디언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 3언더파를 합쳐 합계 23언더파다. 1라운드부터 선두를 지킨 끝에 대회 최저타 기록을 5타나 경신했다. 2위는 21언더파의 최나연(27·SK텔레콤), 3위는 18언더파의 박인비(26·KB금융그룹)다. 유소연이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건 2012년 8월 제이미파 톨레도 클래식 이후 2년 만이다. 유소연은 지난 2년간 톱10에 27차례나 들었지만 번번이 우승 목전에서 물러났다. 통산 3승을 참 늦게 채웠다.

선수들은 때로 몸 깊숙이 숨어있는 '슈퍼 능력'을 끌어낼 때가 있다. 타격이 약한 야구 선수가 플레이오프에서 홈런을 펑펑 때려대기도 한다. 평균 100타를 넘게 치는 아마추어 골퍼가 버디를 거푸 하는 일도 종종 나온다. 

신경정신과 이택중 박사는 “야구공이 수박만하게 커 보이고, 골프에서 아무리 먼 거리의 퍼트라도 들어갈 것 같은 확신이 생길 때가 있다. 무엇이든 가능한, 꿈 같은 무아지경과 몰입의 시기가 존재한다. 이를 심리학계에서는 ‘존(zone)’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존'은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개념에서 출발했다. 예술가들이 생산성과 창의력을 최대한 높이는 몰입의 시간을 종종 갖는 것에서 착안했다. 스포츠에서도 응용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9)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1) 같은 위대한 선수들은 평범한 선수보다 존에 더 자주 들어가고, 한 번 들어가면 더 오래 머문다는 것이다. 골프 심리학자인 토머스 퍼레로는 이 몰입경에 들어가기 위한 기반을 자신감이라고 본다. 긴장을 하지 않고, 긍정적인 기대감 속에 다음 샷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7월 말 열린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출전한 한국 대표 4명 중 3명(유소연·최나연·박인비)이 이번 대회에 1, 2, 3위를 휩쓸었다. 박인비와 유소연은 당시 플레이오프에서 미국에 승리하는 등 4승1패를 기록했다. 국가대표로 경기를 하면서 평소보다 강한 집중력이 나왔고, 여기에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존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시 성적이 좋지 못했던 최나연도 박인비의 LPGA 챔피언십 우승 등 동료들의 선전에 자극돼 몰입경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자신감은 신기루 같은 것이어서 금방 사라질 수 있다. 유소연은 4라운드 10번 홀에서 실수를 했다. 15번 홀에서는 캐디의 클럽 선택 실수로 그린을 넘겼다. 그러자 이전과 달리 자신감 없는 표정이 나왔고 보기를 했다. 퍼레로는 “경기를 잘하고 있어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을 때는 걱정이 생기고 나쁜 결과가 나온다. 샷을 하기에 앞서 다음 샷을 시각화해서 분명하게 그려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자신을 믿음으로써 다시 존에 들어갔다. 그는 “퍼트 코치인 데이비드 스탁턴에게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기술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치라고 가르치더라”고 말했다. 유소연은 16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지난해 LPGA투어는 캐나디언 여자오픈을 '코나디언 오픈(Konadian open)'으로 소개했다. 천재소녀 리디아 고(17·뉴질랜드)가 2연패를 하면서 선수의 성을 대회 이름에 붙인 것이다. 올해 캐나디언 여자오픈은 한국 선수들이 1∼3위를 해 '코리아(Korea)'란 국명을 앞세운 또 하나의 '코나디언 오픈'이 됐다. 

유소연은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우승하지 못했다는 실망감 때문에 힘들었다"며 "퍼팅 리듬감을 찾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남은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과 국내에서 열리는 하나·외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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