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기해 이렇게 편지를 써봅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편지를 써본게 언젠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그만큼 제가 아버지께 편지를 쓰는게 부끄럽고 귀찮았던거겠죠.

다른애들 편지 쓴 것들을 읽어봤는데 제가 너무 형식적으로 쓰는게 아닌가, 걱정이에요.

제가 벌써 18살, 내년 제 생일이 되면 성인이 되는 날이네요.

호주에 온지도 벌써 5년째를 접어들어가고...저의 쳥소년 시기를 여기서 다 보냈는데, 그 동안 아버지께

온갖 짜증이란 짜증은 다 부리고 속만 썩인게 지금 와서 과거를 되돌아보면 정말 눈물이 나고

후회스럽다고 밖에 말할 길이 없어요. 지금도 아직 부모님에 비해 많이 어리지만

그 때는 유치원생들이 갖고싶은걸 안 사주면 사달라고 울고불고 떼 쓰는 것만큼 어렸던거 같아요.

지금은 예전보다 학비를 배로 더 내가면서 학교를 다니고, 골프를 치고, 부모님이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훨씬 좋은 집에 살며 부모님이 지금 겪고 계신 환경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살면서도

정작 골프로는 좋은 성적을 못 내고 부모님에 대한 태도로 아직도 부모님 속을 썩이고

고생을 더 시키기만 해서 죄송할 따름이에요.

항상 아버지가 말하시는 것처럼 골프를 처음 배우는 것같이 프로님 하시는 말씀 다 잘 듣고

칠 때는 내 능력을 알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 하시는 것들을 따라서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대회에서 내는 성적을 듣고 못 미더우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예전과 달리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1년이 지나고 내년 성인이 되는 날엔 주니어 시합을 마치고 프로시합을 나가게 되는데

그 때가 되면 더 스트레스를 받으시겠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니어 생활이 끝나기 전까지

제가 여기 있었던 세월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LPGA 1위에 올라서는 날까지만 지원해주세요. 모든 것에 1위가 되는 날엔 오히려 부모님께 못해드렸던거

다 갚아드릴 수 있는 딸이 되겠습니다.

항상 말로 표현 못할만큼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