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가 3개 대회를 연속으로 석권하며 골프 최강국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전반기 18개 대회에서 1승에 그쳤던 한국은 최근 3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도하고 있다. 상승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환점은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미국을 물리치고 결승에 합류한 게 자신감 상승으로 연결됐다. 또 태극마크를 달고 개인이 아니라 ‘우리’라는 이름으로 경기하면서 유대감이 강화된 게 사실이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경기를 하면서 코스 공략을 논의하고 서로에게 조언을 건네면서 의지한 게 힘든 타지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인터내셔널 크라운 이후 한국 선수들은 똘똘 뭉쳐 의기투합하고 있다. 박인비(KB금융그룹), 유소연(하나금융그룹), 최나연(SK텔레콤)의 경우 대회 전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우승 턱’을 내는 자리고 공통된 관심사도 많기에 분위기가 좋다. 유소연은 “대회 전에 박인비, 최나연 언니와 계속해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인 유소연과 최나연, 박인비는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는 나란히 1~3위에 오르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할 때면 동료들이 샴페인이나 물세례를 하며 축하해주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이런 우승 세리머니는 한국 선수들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적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는 박인비와 김인경(하나금융그룹)이 기다리고 있다가 유소연의 우승에 샴페인을 뿌리며 함께 기뻐해줬다. 루키 이미림(우리투자증권)이 우승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스에서는 차가운 경쟁을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격려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한국적 정서도 심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스포츠는 분위기 싸움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인데 골프도 마찬가지다. 전반기에 미국이 주도권을 잡자 미국 선수들이 연거푸 우승을 차지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후반기에는 한국이 미국에 전세 역전하면서 페이스를 주도하고 있는 게 연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 루키 이미림의 우승도 자극제가 됐다. 기가 눌러 있었던 한국은 루키의 선전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첫 승에 목 말라하고 있는 선수들이 자극을 받아 더욱 분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유소연이 2년 우승 가뭄에 마침표를 찍는 등 긍정적인 에너지도 샘솟고 있는 모양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